초여름 벵에돔낚시는 결코 쉽지 않다. 얼핏 생각하면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벵에돔의 활성도 역시 높아져 누구나 쉽게 손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여전히 많은 장애물들이 벵에돔낚시를 방해한다. 게다가 아직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했기에, 꾼들은 벵에돔낚시를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계절적인 특성과 벵에돔의 습성을 이해하면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 오히려 초여름은 다른 어느 계절보다 벵에돔을 쉽게 낚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초여름은 산란기, 안정적인 환경 찾아라

다른 많은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벵에돔 역시 봄이면 산란기를 맞이한다. 산란기를 맞은 벵에돔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는다. 첫번째는 행동이 둔하다는 것. 갯바위 주변으로 접근해 수심이 얕은 곳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만, 활동성은 매우 떨어져 무척 좁은 공간내에서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는 밑밥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정도다.

또 다른 특징은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거의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어종에 비해 조류가 빠른 곳을 좋아하지 않는 벵에돔이지만, 다른 계절엔 본류대에서 낚이는 경우도 종종있다. 그러나 이 시기엔 유난히 조류가 안정적인 곳을 선호해 조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 곳에서 잘 낚이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조류가 전혀 흐르지 않는 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감성돔낚시처럼 조류 소통이 좋은 곳만 고집해선 초여름 벵에돔 손맛을 보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말고 빠른 조류나 높은 파도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 홈통이나 크게 만곡진 곳을 찾아 벵에돔을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아직은 수온 변화가 심한 때라서 유영층 변동이 심하다는 특징도 있으므로 부지런히 다양한 수심층을 두루 탐색하는 노력도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잡어 활성도와 벵에돔 활성도는 비례

한편 초여름엔 벵에돔낚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잡어의 움직임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엔 잡어들의 활성도가 높아져 밑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누구라도 잡어가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떻게 움직이는 가를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벵에돔낚시에 필수품인 밑밥을 뿌린 뒤 잡어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면 실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초여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잡어는 자리돔이다. 벵에돔과 함께 생활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벵에돔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리돔은 꾼들 모두가 귀찮아 하는 존재다. 하지만 실제론 다른 무엇보다 반겨야 할 척후병이기도 하다. 자리돔이 전혀 없는 포인트에선 벵에돔을 구경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며, 이와 반대로 자리돔이 엄청난 대군을 이뤄 수면 근처에 몰려 있는 곳에서는 틀림없이 벵에돔을 만날 수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런 현상은 다른 계절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초여름만의 특징이다. 초여름에 버금가는 시즌인 초겨울에는 자리돔이 거의 없는데도 벵에돔은 잘 낚이지만 초여름에는 자리돔이 있어야 벵에돔이 잘 낚인다. 그래서 전문꾼들 중에선 일부러 자리돔이 많은 포인트를 찾기도 한다.

그렇지만 자리돔이 있다고 무턱대고 벵에돔이 잘 낚이지는 않는다. 자리돔이 선호하는 환경이 벵에돔과 비슷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리돔으로 벵에돔의 움직임을 유추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건 벵에돔의 활성도. 밑밥을 뿌렸을 때, 자리돔이 수면 가까이 부상해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십중팔구는 벵에돔 역시 활성도가 대단히 높은 상태라 수면 가까이 떠 올라 입질한다. 이땐 밑밥과 미끼의 동조가 쉽고 예민한 제로찌 채비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와 반대로 아무리 밑밥을 뿌려줘도 자리돔이 뜨지 않고 수면 2∼3ｍ 아래서만 먹이활동을 한다면 표층 수온이 낮아 여간해선 벵에돔도 밑밥에 의해 부상하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약간 깊은 곳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 이때 채비는 제로찌 보다는 약간의 부력이 있어 봉돌을 물릴 수 있는 저부력찌가 더 효과적이다.

만약 자리돔은 갯바위 주변에 보이는데 밑밥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라면 벵에돔을 밑밥으로 불러 모으는 것 보다는 과감히 무거운 채비로 바닥층을 직공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경우 벵에돔은 수중여 아래나 갯바위 틈에 웅크리고 활동을 거의 않으므로 아무리 많은 밑밥을 뿌려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미련없이 포인트를 옮기는 게 최선이지만 여의치 않을 땐 벵에돔 코앞에 미끼를 갖다 놓는다는 마음으로 바닥층을 공략하는 낚시를 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유동낚시로 폭넓은 수심층 탐색하라

감성돔낚시에 익숙한 꾼들이 벵에돔낚시를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공략 수심을 얼마로 정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너무 얕게 맞추자니 입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잡어의 성화에 배겨나지 못할 것 같아,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채비를 써 깊은 수심대만 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벵에돔은 수면에서 바닥층까지 어디서나 입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최대한 가벼운 채비로 다양한 수심층을 공략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감성돔은 대부분 바닥층에서 입질을 하므로 일단 포인트에 도착하면 주변 수심을 확인하고 찌멈춤매듭을 적당히 조절한 뒤 집중적으로 바닥층을 공략하는 게 일반적인 낚시방법이지만, 벵에돔은 바닥층보다는 중상층에서 입질이 잦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닥층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꾼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찌멈춤매듭은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전유동낚시를 구사하거나 찌멈춤매듭을 한 반유동채비를 쓰더라도 구슬을 넣지 않고 매듭이 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전유동식 반유동낚시를 구사하면 얼마든지 벵에돔을 만날 수 있다.

전유동낚시는 무엇보다 바닥층 공략도 가능하면서 수면에서부터 입질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수온의 변화가 심해 벵에돔의 유영층도 심한 변화를 보이는 초여름에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전유동낚시를 할 때 찌매듭이 없어 입질 파악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낚싯줄과 찌 사이의 마찰에 의해 입질이 오면 찌는 시원스럽게 빨려 들어간다.

0∼B찌 잘 쓰면 한발 앞설 수 있다

그럼 초여름에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전유동낚시는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유동낚시는 말 그대로 채비가 수면에서부터 바닥층까지 천천히 내려가며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다. 그러므로 최대한 가벼운 채비를 써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론 제로찌를 쓰고 크릴과 바늘의 무게만으로 천천히 수면에서 밑밥과 함께 미끼가 흘러 내려가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제로찌를 쓰는 경우엔 채비가 너무 가벼워 5ｍ 정도의 수심대를 공략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밑밥과의 동조는 잘 이뤄지지만 채비 하강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로찌보다는 극소형 봉돌을 달아 쓸 수 있는 약간의 부력을 가진 찌를 써 전유동낚시를 구사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벵에돔이 완전히 떠서 무는 경우엔 제로찌를 능가할 채비가 없지만, 어느 수심층에서 입질할 지 모르는 초여름엔 예민성은 잃지 않으면서 깊은 수심대까지 원활하게 내려갈 수 있는 G5∼B 사이의 부력을 가진 찌를 쓴 전유동낚시가 훨씬 효과적이다.

B 이상의 부력을 가진 찌를 쓰는 경우엔 보다 깊은 수심대를 수월하게 공략할 수는 있지만, 채비 하강이 너무 빨라 밑밥과 동조가 어렵고 예민성도 떨어져 오히려 불리하다.

갯바위가 시원찮으면 방파제로 눈 돌려라

한편 벵에돔낚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초여름이면 갯바위 못지 않게 방파제에서도 활발한 입질이 이어진다. 갯바위에 비해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대부분의 방파제는 초여름이면 대단히 안정적인 조황을 보이므로 기복이 심한 갯바위에서 손맛을 보지 못했다면 과감하게 눈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가지 단점은 대부분의 방파제가 갯바위에 비해 수심이 얕으므로 큰 씨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평균 25㎝급 위주의 마릿수 낚시가 이뤄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방파제 벵에돔낚시는 갯바위와는 약간 다른 패턴으로 이뤄진다. 가장 쉽게 벵에돔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민장대로 석축이나 테트라포드 언저리를 노리는 것. 특별한 기법을 필요치 않고 벵에돔이 붙으면 속전속결로 마릿수 조과를 올리 수 있어, 방파제에선 아직도 릴 찌낚시를 외면하고 민장대로 벵에돔을 노리는 꾼이 많다.

물론 릴 찌낚시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는 민장대보다 훨씬 위력을 발휘한다. 갯바위에 비해 주변이 소란스러운 방파제에선 한밤과 새벽녘을 제외하곤 벵에돔이 대부분 수심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으므로 밑밥으로 경계심을 완화시키며 활성도를 높인 다음, 띄워 올려 낚아내야 한다. 갯바위에서와는 달리 방파제에서 밑밥을 충분히 뿌려주는 꾼들이 많지 않은데, 만족할 조과를 얻기 위해선 충분한 밑밥이 방파제에서도 필수품이다.